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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4-07-04 11:59
영악한 남자 이준석,그는 지금 다리위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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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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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새누리당 혁신위원회 위원장(왼쪽에서 네번째)과 위원들이 1일 오후 국회 대표실에서 첫 회의를 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 |
다리 안 끊은 남자 ‘김종인’ 다리 불사른 남자 ‘이상돈’ 대통령 겨누면서 선 넘지 않는 ‘이준석’, 그의 행보는…[아침 햇발]
김종인과 이상돈, 이준석은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으로 함께 일했다. 그나마 입바른 소리라도 했던 인물들이다. ‘비대위 3인방’으로 불리며 기대도 받고 욕도 먹었다. 박근혜 대통령 취임 1년4개월이 지난 지금, 3인방의 엇갈린 행로는 많은 걸 보여준다.
김종인은 얼마 전 오랜 지인으로부터 ‘다리를 아주 끊어버리진 않는 게 좋다’는 조언을 들었다고 한다. 혹시 청와대가 불러줄 날이 올 수도 있으니 대통령과 관계가 완전히 단절되는 상황은 피하라는 뜻이었다. 아무튼 김종인은 경제민주화 공약 실종을 신랄하게 비판하면서도 박 대통령을 매몰차게 몰아세우진 않는다.
이상돈은 아예 청와대로 향하는 다리를 불살라버린 것 같다. 에두르지 않고 박 대통령을 직접 겨눈다. “박근혜 지지자들도 조용히 환멸을 느끼고 있다”며 “이 정권, 이미 레임덕에 빠졌다”고 외친다. 자신과 청와대 사이엔 건널 수 없는 강이 흐르고 있다고 판단한 듯하다.
이준석은 ‘새누리당을 바꾸는 혁신위원회’ 위원장으로 돌아왔다. 29살의 청년에게 위원장을 맡긴 건 일단 눈길을 붙잡는다. 이준석은 “(박 대통령이) 내가 같이 일했던 사람이 맞나 싶다”며 까칠하게 말하지만 대통령에 대해선 선을 넘지 않는다. 김종인이 노회하다면 이준석은 영악하다고나 할까. 이준석이 ‘멘토’로 삼고 존경하는 인물이 김종인이라고 하는데 고개가 끄덕여진다.
혁신을 하겠다면 우선 뭘 바꾸겠다는 건지 대상이 뚜렷해야 한다. 위기의 핵심은 청와대다. 민심 이반은 거듭된 인사 실패 등 박 대통령의 실정에서 비롯했다. 혁신의 수술칼이 시급한 곳은 여당이 아니라 청와대다. 혁신위가 새누리당을 혁신 대상으로 한정하면 청와대의 잘못을 가리고, 책임을 덮고, 위기의 원인을 숨기는 역할을 하게 된다. 머리에 종양이 생겼는데 다리를 수술하겠다고 나서는 꼴이다. 혁신위는 대통령과 청와대와 친박의 심장부를 정면으로 겨냥할 때 비로소 혁신을 말할 자격을 얻게 된다.
혁신위가 난데없이 ‘정치인 인사검증’을 들고나온 것부터 수상쩍다. 인사검증은 청와대가 실패했는데 책임은 당에 묻겠다는 모양새다. ‘청문위원 검증론’을 맨 처음 주창한 인물은 다름 아닌 새누리당 사무총장 윤상현이었다. 인사청문회에 가장 불만이 큰 사람은 박근혜 대통령일 것이다. 박 대통령의 홍위병’을 자처해온 윤상현이 대통령의 뜻을 헤아려 ‘청문위원 검증론’을 펴는 것은 하등 이상할 게 없다. 하지만 이준석이 윤상현의 조종을 받는 로봇이 되는 건 안타까운 일이다. 자칫 잘못하면 ‘새누리당을 바꾸는 혁신위’가 아니라 ‘청와대의 민원을 해결하는 위원회’란 오명을 뒤집어쓸 위험이 있다.
명민한 이준석이 혁신위를 훌륭히 이끌어 여당을 새롭게 바꿔내길 기대한다. 그렇게 할 수만 있다면 말이다. 그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똑똑하게 보여주는 본보기가 김종인과 이상돈, 이준석의 비대위다. 비대위가 내놓은 무수한 약속은 파기된 지 오래다. 그들은 박 대통령의 본질을 위장하는 방향제 구실을 하며 이 정권 출범에 기여했지만 세상을 바꾸지도, 한자리 차지하지도 못했다. 3인방은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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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석규 논설위원 | 김종인과 박 대통령을 잇는 다리는 오래전에 청와대가 끊어버렸다. 그 사실을 김종인만 모르고 있다. 이상돈은 스스로 다리를 불태웠고 이번에 혁신위 참여 제안도 거절함으로써 냉철한 현실인식의 소유자임을 보여줬다. 이준석의 여당 혁신위원장 복귀는 다리 위를 서성거리는 행보로 비친다. 앞길이 구만리같이 창창한 이준석이 무망한 꿈을 붙잡고 김종인과 이상돈처럼 열정과 재능을 마모당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임석규 논설위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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