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비롯한 중국의 역사 시대 중 학자들간에 가장 많은 이견을보이는 발해사 연구에 평생을 바쳐 온 연변불교대학 발해연구소 전 소장 방학봉(중국 연변조선족자치주 연길시) 교수. 98년 7월 발해연구소소장직을 정년퇴임한 그의 요즈음 활동무대는 발해의 유물과 유적이있는 연길시를 비롯한 도문, 용정, 훈춘, 화룡 등이다. 발해사 연구에대한 그의 명성을 듣고 찾아 온 한국의 젊은이와 조선족 학자, 학생들에게 발해 문화의 우수성을 일깨워주기 위해서다. 68세의 고령에도 불구하고 산이나 들에 산재해 있는 발해 유적지에서의 강의를 마다하지않는다.

“발해사에 관한 책이나 논문으로 공부하는 것 보다는 현장을 보고 듣고 느끼면서 연구하는 것이 교육적인 효과가 더 크다고 생각합니다. 유물의 실질적인 규모와 보존 현황 등도 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발해유적지의 위치를 전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특정 지역에 있는 유적지와 다른 유물·유적과의 관계도 한 눈에 규명할 수있습니다.”

방 교수는 그 동안 발해사에 대한 연구가 단편적으로 이루어졌다고 지적하고 현재의 정치적인 견해를 바탕으로 발해사를 연구, 해석하려는 자세는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강조했다. 발해 시대 당시의 사실을 입증해 줄 수 있는 문헌을 연구하거나 역사적인 고증 작업을 통해 사실을 사실대로 인정하는 실사구시(實事求是)적인 자세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중국에서는 발해를 당(唐) 나라의 지방 행정기구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반면 한국과 북한에서는 고구려의 후손이 주축이 돼 만주지역의북방에 있던 말갈과 함께 건국한 독립국가로 보고 있습니다. 고대 문헌에 보면 발해는 스스로 연호를 사용했고 당나라에서는 찾아 볼수 없었던 독창적인 문화를 발전시켰다는 기록이 나와 있습니다. 당나라와고구려 시대에는 없었던 무덤탑과 제 3대 문왕의 넷째딸 정효 공주가여자 교사로부터 교육을 받았다는 사실 등이 여기에 해당됩니다. 이는독립국가임을 시사해주는 결과입니다.”

학자들간에 큰 의견 차이를 보이는 발해 멸망 원인에 대해 방 교수는 △정권 쟁탈로 인한 지도층의 분열 △거란의 침입 △일반 백성에대한 귀족의 수탈 등으로 분석하고 있다. 선진문화를 꽃피웠던 발해의지도층이 서서히 분열하면서 사회전체가 부패한 것이 주요 요인이라고설명했다.

1949년 연변대학의 중국 고대사 교수로 부임하면서부터 발해사와 인연을 맺은 방 교수가 발해연구소를 개원한 직접적인 계기는 발해사 연구를 체계적으로 하는 동시에 `연구 논문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길은 없을까'하는 생각에서 비롯됐다. 그는 4명의 연구진을 구성,90년 3월 연구소 문을 열었다.

“중국 정부나 연변대학으로부터 운영비를 지원받을 수 없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연구 논문을 써도 책으로 출간하지 못했습니다. 해마다소요되는 5천 달러(미화)의 운영비를 마련할 길이 없어 한국의 발해사연구 기관인 고려대민족문화연구소와 대륙연구소를 방문하여 지원을요청, 운영비를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95년부터는 이들 기관의지원비가 끊겨 연구 활동에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방 교수는 시간이 날때마다 조선족자치주에 있는 한국의 기업이나한국인, 조선족 등을 찾아다니면서 후원금 마련을 위한 활동을 펼치고있다.

“올해로 건국 1,300주년을 맞는 발해의 유물과 유적은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의 문화재 보존 정책이 미흡하기 때문에 제대로 보존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발해 건국의 주축 세력이었던 고구려 유민의 후손인한국과 북한이 발해사의 재정립과 문화재 발굴을 위한 지원활동을 활발하게 펼쳐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에서 열리는 발해건국 1,300주년 학술대회에 참석한 방 교수는 고구려 문화를 계승 발전시킨 발해 문화를 정확하게 연구하는 것은 우리 민족의 역사적인 계보를 밝혀내는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