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오사카대학 지능형로봇연구실의 이시구로 히로시 교수가 본인의 키와 체형, 이목구비, 표정, 심지어 피부까지 똑 닮은 인조인간 ‘제미노이드’를 만들었다. 이 로봇은 원격조종으로 입술과 눈동자, 얼굴 근육을 움직일 수 있다.
사람과 매우 닮은 인형이나 로봇을 볼 때 사람들은 친근함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징그럽고 혐오스럽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와 똑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는 호감도가 급상승한다. 1970년대 일본의 로봇과학자 모리 마사히로 박사는 이런 현상을 '불쾌한 골짜기'라고 불렀다. 사람과 흡사한 정도와 호감도를 그래프로 나타냈을 때 그 부분이 골짜기와 닮았기때문이다. 영국과 독일의 과학자들이 사람의 뇌에서 '불쾌한 골짜기'를 느끼게 하는 령역을 찾았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생리학과와 독일 아헨공업대학 휴먼테크놀로지센터 공동 연구팀은 시각 피질에서 불쾌한 골짜기를 담당하는 령역을 찾아 이 부분이 특히 사람의 얼굴을 해석하는데 특화된 곳이라는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신경과학지' 1일자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실험참가자 21명에게 살아있는 사람과 마네킹, 안드로이드(사람과 닮은 인조인간 로봇), 휴머노이드(팔다리가 달린 로봇), 산업용 기계로봇을 보여주고 사람과의 류사성을 평가함과 동시에 느낌을 적도록 했다. 그리고 각각 뇌에서 어떤 령역이 활성화하는지 기능적 자기 공명 영상(fMRI)으로 관찰했다.
그 결과 실험참가자들은 산업용 기계로봇에서 마네킹, 휴머노이드를 볼 때처럼 사람과 점점 닮을수록 친근감을 크게 느끼고 안드로이드처럼 사람과 가장 흡사한 것을 볼 때에는 오히려 불쾌감을 느낀다도 답했다. 불쾌한 골짜기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뇌의 활성도를 관찰한 결과 연구팀은 내측 전전두피질의 두 령역이 활성화하는 것을 확인했다. 내측 전전두피질은 외부의 모든 자극을 판단하는 령역이다. 례를 들면 반가운 사람과 악수할 때처럼 사회적인 자극이나 달달한 밀크쉐이크를 먹을 때처럼 감각적인 자극을 느낄 때 등 여러 자극에 대해 이 부분이 반응한다.
하나는 사람의 얼굴인지 아닌지 판단하는 령역이다. 이 령역은 실험 참가자가 바라본 사물이 사람과 닮을수록 활성화 정도가 강했다. 다른 하나는 뇌가 호감도를 느끼는 령역이다. 산업용 기계로봇과 마네킹, 휴머노이드 등은 사람과 닮을수록 이 령역이 활성화하는 정도가 강해졌지만 안드로이드처럼 사람과 매우 흡사한 것을 봤을 때는 오히려 억제됐다. 연구팀은 이 두 령역이 불쾌한 골짜기에 관여한다고 봤다.
연구팀은 뇌에서 감정을 담당하는 편도체의 활성화도 관찰했다. 그 결과 사람에 따라 불쾌한 골짜기 현상의 정도가 다르다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를 이끈 아스트리드 로젠탈 본데르푸텐 교수는 "뇌에서 불쾌한 골짜기를 느끼는 령역과 사람들마다 불쾌감을 느끼는 정도가 다르다는 것을 실험으로 확인한 최초의 연구결과"라면서 "안드로이드나 휴머노이드 등 사람과 닮은 로봇을 개발할 때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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