룡정시근교로 볼 수 있는 지신진 합성리촌촌민위원회를 지나 곧게 달리다 보면 포장도로 왼켠에 위치한 삼림방화소가 눈에 띈다. 이때 좌회전하여 오솔길을 따라 몇백메터 올라가면 하얀 비석과 묘소들이 시야에 안겨온다.

지난 10일, 3.13반일의사릉(이하 의사릉)을 찾았다.

◆룡정3.13반일운동

연변인민들이 항일무장투쟁의 길로 나아가게 된 계기로 볼 수 있는 룡정3.13반일운동은 조선에서 일어난 3.1운동과 맥이 닿아있었다.

1919년 3월 13일, 연변 각지의 3만여명에 달하는 군중들은 3.1운동을 성원하고저 룡정 세전이벌에 모여 시위행진을 했다. 룡정일본총령사관으로 향하는 도중에 주둔군부대와 경찰들이 시위대오에 총격을 가해 14명이 사살되고 15명이 부상, 30여명이 체포됐다.

그로부터 사흘 뒤인 1919년 3월 17일, 룡정 합성리 공동묘지에서 순난의사 안장식 및 추모제가 거행됐다.

◆3.13기념활동 해마다 이어져

3.13반일운동에서 희생된 의사들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의사릉에는 현재 13명의 의사가 묻혀있다. 약 500평방메터의 면적을 차지하는 릉원은 앞줄에 9자리, 뒤줄에 4자리로 이뤄졌다. 14명 의사중 한명의 묘소는 유가족에 의해 이장됐다고 한다.

1989년부터 당시 룡정시대외경제문화교류협회 최근갑 회장을 비롯한 유지인사들은 룡정3.13반일운동 집회장과 반일의사릉, 서전서숙, 명동학교, 15만원탈취의거, 장암동학살사건, 5.30폭동지휘부, 은진중학교 등 유적지를 륙속 발굴하고 수선했다.

룡정시인민정부로부터 룡정시중점문물보호단위로 선정된 의사릉은 비석을 중심으로 전방 10메터부터 후방 15메터까지, 왼쪽 20메터부터 오른쪽 20메터까지를 보호범위로 삼고 있다. 보호범위 밖 10메터까지는 건설통제지대이다.

룡정시제5중학교 덕육기지이기도 한 의사릉에는 코로나사태 발발 전 해마다 시민들과 사생들의 추모의 물결이 잇달았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대규모 집회가 금지되여 사업회 부회장을 비롯한 몇몇 회원들만 추모제를 올릴 예정”이라고 밝힌 룡정3.13기념사업회 리광평 회장, 그의 소개에 따르면 1990년 4월에 설립된 이래 사업회에서는 룡정3.13반일운동을 둘러싸고 기념대회, 좌담회, 추모제, 학술교류회, 기념문집과 사진집 출판, 시민들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유적지 답사 등 다양한 행사들을 조직해왔다.

경작지 복판에 자리한 의사릉 주변을 둘러봤다. 농한기 풍경은 다소 소슬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의사릉 앞으로 비닐이 벗겨진 온실재배하우스가 덩그러니 남겨져있었으며 릉원을 두른 얕은 란간은 가운데 구간이 파손된 상태였다.

정부차원의 보호를 받고 있으며 관련 기념활동도 활발히 펼쳐지고 있다는 점에 위안을 느끼는 한편 삐꺽거리는 홍색관광명소 건설에 약간 아쉽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