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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04-10 12:13
유쾌하고 화려한 쎄르비아의 도시들
 글쓴이 : 최고관리자
조회 : 540  
유쾌하고 화려한 쎄르비아의 도시들

 

노비사드 도심엔 악기를 들고 연주하는 밴드가 한둘이 아니다.


쎄르비아는 중국인에게 비자 면제로 개방된 첫 유럽 나라이다. 무비자 입국으로 30일까지 체류할 수 있는 데다 쎄르비아와 린접한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가 최근 중국인의 무비자 입국을 허용하면서 관광지 선택이 보다 폭넓어졌다. 쎄르비아는 입국이 편리해졌다는 장점 밖에도 유럽에선 상대적으로 저렴한 물가 그리고 국내 면허증(공증 필요)으로 운전까지 가능해 보다 편한 관광을 누릴 수 있다. 이번 기 즐거운 려행에서는 우리에게 확 ‘가까워진’ 쎄르비아의 도시들에 대해 소개한다.                                                                                                                                                                      편집자


베오그라드(쎄르비아의 수도) 말고는 이름조차 들어본 적 없는 쎄르비아의 도시들. 려행 시작 전부터 도대체 어디를 가야 하고 무엇을 봐야할지 망설여지는 게 당연하다. 베오그라드 토박이이자 쎄르비아 려행 전문가인 밀리차가 추천했다. 노비사드, 수보티차, 토폴라. 쎄르비아에서 꼭 가봐야 할 도시 셋.

 

페트로바라딘 요새의 상징, 시침이 분침보다 긴 시계탑.

 

▧ 노비 사드, 매일이 축제

오후 4시, 노비사드의 중심가. 도시의 에너지가 범상치 않다. 휴대폰을 꺼내 한번 더 확인해보지만 분명 화요일이다. 도로를 점령하고 늘어선 수백개의 야외 카페들에 건물의 실루엣조차 흐릿해졌다. 심취한 얼굴로 제자리에 서서 춤추고 노래하는 이들에 피식 웃음부터 터져나온다. 상황이 웃겨서였다. 테블 우엔 술잔 대신 커피잔만 몇개 올라있을 뿐인데, 흥의 정도가 만취 수준을 넘어선 거다. 노비사드의 메인 거리인 즈마이 요비노이는 분명 축제의 한가운데 놓여있는 상태이다.

“지금 축제 기간 아니에요. 노비사드는 항상 이래요. 월요일만 빼고!” 심지어 아코디언, 바이올린, 트럼펫, 콘트라베이스를 들고 연주하는 양복 잘 차려입은 사내들이 온 거리를 뒤덮고 있는데 축제가 아니란다. 그냥 무심하게 지나가는 행인들의 신발 밑창에도 리듬이 실려간다.

베오그라드에서 북으로 90킬로메터. 쎄르비아 제2의 도시라는 타이틀이 무색하게 참 유쾌한 도시. 단 하루를 머물러가는 려행자의 눈으로 본 단편적인 풍경에 불과하지만 도시엔 오로지 밝은 에너지만이 넘쳐났다.

노비사드를 려행하는 가장 괜찮은 방법은 뻔한 거다. 광장에서 출발해 주교의 집까지 이어지는 보행자 전용도로 산책. 뭘 찾아서 보려고 하는 게 아니라, 뭐가 보이면 들여다 보는 방식으로. 물리적으로 따지자면 15분 안에 주파할 수 있는 거리임에도 도서관, 궁전, 은행, 호텔, 국립 극장 등 눈길을 끄는 건축물에 시선을 주다 보면 몇 시간이 걸릴지 모른다. 다뉴브 강변의 페트로바라딘 요새도 노비사드에서 꼭 둘러봐야 할 관광지이다.

 

수보티차의 상징, 시청사.

 

▧ 수보티차, 웽그리아와 쎄르비아 사이

1391년, 웽그리아 왕국의 정착지로 처음 력사에 등장한 수보티차. 이후 웽그리아와 오스만 투르크의 다툼이 있었으나 늘 웽그리아의 세력에서 벗어난 적은 없다. 1차세계대전에서 오스트리아-웽그리아의 패배로 유고슬라비아에 속하게 됐고 지금은 쎄르비아 땅이지만 여전히 도시의 분위기는 웽그리아 쪽으로 살짝 기운다. 총 인구중에 웽그리아인의 비률도 40%. 일상생활에선 웽그리아어와 쎄르비아어가 통용된다.

건물들만 슬쩍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감동이 차올랐다. 수보티차 도심에는 평화롭고 풍요롭던 19세기와 20세기의 시간들이 아로새겨져있다. 개인적으로 한눈에 반한 곳은 따로 있다. 발코니를 수놓는 정교한 철제 장식과 자칫하면 유치해질 수 있는 하트 문양을 세련된 방식으로 구현해낸 센스. 건축 양식에 문외한 사람에게도 “거참, 건물 한번 예쁘게 지었네.”라는 칭찬을 이끌어내는 건축가 프랭크 레이치르의 저택이다.

파스텔톤의 건물들이 마치 부드러운 캔디처럼. 분명 눈으로 구경하는데 설탕을 들이부은 것처럼 혀끝이 달콤한 수보티차이다.

주홍빛 지붕이 예쁜 마을 토폴라.


▧ 토폴라, 인구 4000명의 작은 도시

주홍 지붕이 유리 조각처럼 박혀있는 그림 같은 도시 너머, 멀리 언덕 우로 봉긋 솟아있는 하얀 빛이 또렷하게 시선을 잡아끈다. 우리의 목적지. 인구 4000명에 불과한 작은 도시 토폴라이다.

고요했던 싱그러운 숲길이 오플레나츠를 찾아온 려행객들로 북적인다. 비잔틴 스타일, 하얀 대리석의 뽀얀 얼굴, 5개의 에메랄드빛 돔. 정상에서 토폴라까지 찾아온 리유를 헐떡이는 숨으로 마주했다. 성조지에게 바쳐진 쎄르비안 정교회. 동시에 쎄르비아와 유고슬라비아의 귀족 가문이 묻혀있는 거대 묘지이기도 하다.

 

오플레나츠를 뒤덮고 있는 4000만개의 모자이크 조각들.

 

“우-와-.” 입구 안으로 한발을 대자마자 들숨 이후의 날숨이 한참 만에야 뱉어졌다. 쉽사리 표현할 수 없는 극적의 화려함은 4000만개가 넘는 모자이크 조각들로 만든 725개의 작품이다. 벌어진 입은 쉽게 닫히지 않는다. 바닥부터, 벽, 기둥, 천장, 제단까지 빈틈 하나 없이 금빛으로 빛나고 푸르름에 빛난다. 예수의 얼굴이 그려진 정중앙 돔의 지름은 9메터이다. 손가락 길이도 1.5메터. 교회당 중앙에 있는 샹들리에의 무게는 무려 1.5톤이란다. 1389년 꼬소보와의 전쟁에서 패한 것을 상징하는 의미에서 거꾸로 된 왕관의 형태이다. 오플레나츠의 화려함에 압도당하면 카메라 셔터도 쉽사리 누르지 못한다.

교회 지하실로 내려가면 붉은빛의 조명 아래 묻혀있는 26명의 귀족들도 만날 수 있다. 교회당 만큼이나 예쁘게 꾸며놓은 묘지라 무섭지 않으니 안심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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