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 찾아든 여름인 듯 한낮 기온은 무덥지만 불어오는 바람 만큼은 산들산들 봄을 일깨운다. 산이며 들마다 상춘객들로 북적이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안도현 이도백하진 내두산촌에서는 지난 5월 20일부터 21일까지 1박2일간 ‘제1회 내두산산나물축제’가 열렸다. 하늘 아래 첫동네라 불리는 내두산촌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자랑하며 옛 시골의 정취를 듬뿍 느낄 수 있어 관광객들의 발길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곳이다. 실로 나물잔치임을 실감할 수 있었다.
숲속의 보물인 산나물을 뜯기에 가장 좋은 때에 가족끼리, 친구끼리 모인 30여명의 참가자들은 목적지에 이르기 바쁘게 산나물 향기가 그윽한 숲을 찾아 발길을 옮긴다. 인적이 드문 숲속에서 군락을 이룬 채 정겹게 모습을 드러낸 산나물을 발견할 때마다 어린아이처럼 호기심이 발동해 질문은 끊기질 않았다.
“이건 무슨 산나물이죠?”
“저건 또 뭔가요?”
마냥 신기한 얼굴로 묻는 이들에게 이 마을의 림명일씨는 산나물의 정확한 명칭은 물론 특징까지 구체적으로 설명해주며 자연계 선생님의 역할을 톡톡히 해주었다.
‘누가 누가 더 많이 채취하나 보자.’라는 말없는 경쟁을 펼치며 얼굴에 자못 비장함이 묻어나는 이들의 모습도 재미나다. 산나물 채집을 위해 특별히 챙겨온 주머니에 점차 채워져가는 나물을 보며 매우 만족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바로 뜯은 산나물을 맛보는 저녁은 더욱 꿀맛이였다. 곰취, 두릅, 기름고비 등 봄나물들이 쉴틈없이 밥상에 오르는 가운데 특히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다는 명이나물은 은은한 마늘향에 특유의 향이 뿜어져나와 모든 이들의 입맛을 돋구어주었다.
“명이나물은 으뜸 항암식품인 마늘과 록색식물이 가지고 있는 엽록소 등 우수한 물질을 함께 함유한 식품으로 항산화작용에 의한 최고의 항암식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죠.” 명이나물에 대한 촌민의 효능설명이 끝나기 바쁘게 분주한 손놀림을 보이더니 어느새 그릇은 텅텅 비여졌다. 100세 시대라고 불리는 요즘 건강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도 커지고 있음을 다시한번 느낄 수 있는 순간이였다.
내두산촌은 자고로 감자농사로 유명한 곳이다. 이곳에서 나는 감자로 만든 농마국수와 감자떡을 비롯한 토속음식들도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처음 농마국수를 먹어본 사람들도 깊고 연한 국물의 맛과 쫄깃쫄깃한 면발에 연신 감탄을 자아내며 엄지를 내민다.
일행중 여러 사람이 고추장 맛을 칭찬하기도 했다. 산중 진미들을 제쳐두고 고추장을 저가락으로 찍어 밥에 올려 먹으며 “바로 이 맛이야!”라고 입을 모았다. 또한 깊은 산골 청정수에서 자란 민물고기로 끓인 매운탕은 큰 강변에서 먹는 것과 달랐다. 맛이 맑고 깊었다. ‘물고기 살이 야물고 찰지다.’ 라고 할 정도로 쫄깃했다. 배부르다던 사람도 참지 못하고 몇 술을 더 뜨고 만다.
첩첩산중에서 맛은 더 깊은 토속음식을 맛보며 이들은 “멀어도 갈 리유가 충분하다.”고 입을 모은다. 커다란 장작들로 불을 지펴가며 우직한 가마솥에 한가득 쌀을 넣고 물을 부어 밥을 지어내는 일, 불을 조절해가며 뜸을 들이고 오랜 시간 끓여야 하는 시골음식은 많은 정성과 손길이 필요한 만큼 쉬운 것이 아니다. 하물며 이곳을 찾은 손님들에게 즐거움과 건강함을 제공하려고 최선을 다하는 이들의 따뜻한 마음가짐이 내심 마음에 와닿는 눈치다.
한 순간에 고향에 간 듯 향수가 넘실대는 밥상, 삭막한 도시를 떠나 이곳을 찾은 이들에겐 기대 그 이상의 힐링을 선물해주었다. 산을 마주하며 풍경에 취하다보니 쌓였던 스트레스도 날리고 머리도 한결 맑아진 것 같단다. 언젠가 꼭 다시한번 가족과 함께 찾고 싶은 곳으로 자리잡은 내두산촌, 우리 옛 조상들의 생활과 지혜가 고스란히 담겨져있어 더욱 마음을 뺏긴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