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보다 사람을 먼저 생각하라. 부자의 돈도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에서 나왔다. 돈도 중요하지만 사람을 항상 중요시하는 마음이 중요하다.”
이는 10여년간 훈춘홍봉제의(制衣)유한회사를 묵묵히 경영해온 양일록(65세)씨가 입에 달고 있는 말이다.
“사람을 근본으로 하는” 경영철학이 뚜렷했던 그는 주변에서 생활상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에게 선뜻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주고 실업자들에게는 합당한 일자리를 내주며 취업난 문제를 해결해주었다. 리익과 은혜를 조화시킨 활발한 사회 공헌 활동으로 지역사회 발전에도 기여해 공동발전을 지향해왔다.
이에 아들인 양림(35세)씨는 좋은 씨앗을 뿌리고 정성을 다해 가꿔야 알찬 수확을 기대할 수 있는 자연의 섭리처럼 성실과 정직만이 좋은 결실을 가져온다는 점을 아버지의 삶을 통해 자연스레 터득해왔다고 한다. 안해인 한설경(35세)씨도 때때로 이러한 가르침을 받아온 사람중 한명이다.
연길시중의원과 중국은행 연변지행에서 근무했던 이들 부부는 얼마 전부터 ‘가업을 이어받아 창조의 힘을 키워가겠다’는 새로운 포부를 품고 회사경영에 올인하고 있다. 그런 그들을 지난 15일에 만났다.
10년 남짓이 몸담아온 직장을 포기하는 것이 아깝지 않느냐는 질문에 이들은 한 사람이 평생 한가지 일만을 할 수 없는 법, 다양한 경험과 실패의 과정 속에서 성장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또한 “집체생활을 통해 얻은 경험이 큰 도움이 된다”면서 “이는 보다 규칙성 있고 일사분란하게 회사를 운영하는 데도 좋은 바탕이 되고 있어 걱정이 줄었다.”고 말했다.
한편 아들인 양림씨는 아버지의 신뢰경영을 본보기로 삼아 앞으로도 기업의 중심을 잃지 않는 한편 시대의 발 빠른 변화에 맞춰 다양한 시도와 도전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2006년 회사 설립 후 지역적 우세를 살린 렴가로력과 드팀없는 성실, 신용 경영으로 회사발전에 든든한 토대를 마련해왔고 세위, 현대 등 여러 대형 복장회사와의 지속적인 협업관계로 비교적 안정된 시장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발전공간이 충분하다는 것이 이들의 판단이였다.
요즘 이들 부부는 Ansleem Han 이라는 회사 자체 브랜드를 알심들여 준비중이다.
“물론 옷 하면 많은 사람들이 광주나 기타 지역을 우선적으로 생각하지만 연변에도 자체 브랜드를 갖춘 기업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습니다.” 이들은 좋은 원단과 풍부한 경험, 류행에 따른 디자인과 선진적인 리념으로 국내시장에 승부를 걸어보겠다고 한다.
하지만 가업을 잇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아버지가 피땀으로 일궈온 회사를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본 아들 양림씨가 그대로 유지해나가는 것도 한동안 많은 노력이 필요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아들 양림씨는 매일 연길에서 훈춘을 오가며 아버지로부터 받는 경영수업을 게을리하지 않고 있으며 안해 한설경씨는 30대 중반의 나이에 패션디자인 공부를 시작하고 있다.
“그동안 옷이 만들어지는 과정이 쉬운 줄로만 알았습니다. 단추, 옷감 등 다양한 소재 선택부터 모든 것이 정성과 정력이 필요하더라구요. 이 세상엔 생각처럼 쉬운 일은 없다는 것을 다시한번 깨달았습니다.” 안해 한설경씨가 짧은 시간 동안이지만 성장해가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비추어 말을 꺼냈다.
생각보다 버겁고 힘든 기업경영 앞에서 이들은 포기보다 용기를 앞세우며 배움과 실천에 뛰여들고 있다.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가업이기에 더욱 신중을 기해야 한다며 각별한 책임감 의식을 펼쳐보이고 있는 이들이 끝까지 힘을 잃지 말기를 기대해 본다.
글·사진 민미령 황련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