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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8-05-22 11:03
봄 찬송가
 글쓴이 : 최고관리자
조회 : 418  
봄 찬송가

            


 

 

1. 봄 막는 겨울이 있더냐!

 

동장군의 횡포에 못이겨 오리털패딩을 꺼내 입으며 춘래불사춘이라 투덜대다 막말도 튕겨나갔다. 기온은 령상인데 체감온도는 한겨울을 방불케하는 것이다. 겨울 추위도 볼일을 다 봤으면 북국에 유턴을 해야 마땅한데 어버리 크게도 진을 치고 덮치는 훈풍과 힘을 겨룬다.

그러나 소나무는 청푸름색으로 탈을 바꾸고 꽃망울도 터치우는 절정으로 그냥 치닫고 있다. 한풍이 풍세대작(风势大作) 해도 피여나는 백화만발을 막을 길 없고 봄바람은 그냥 생욕이상(生欲异常)에 걸린 삼라만상에 소생의 힘을 넣는다. 생물권 왕좌에 군림한 인간들은 자연의 순환을 넘겨보며 착지 자세를 부동자세로부터 비행자세로 바꾸고 시각을 요밀하게 조정하며 봄맞이를 하고 있다.

동면하던 생명과 숙침하던 꽃들은 늑장을 치는가 했는데 피기 시작하니 기세가 세차다. 이 봄이 봄이냐 겨울이지! 라 투정을 부리던 인간들도 돋아나는 생명의 합창에 태도가 의연해 졌고 추위에 찌프렸던 철학자의 얼굴도 쭉 펴이였다.

'뭇꽃이야 피고지고 봄철은 불고요, 구름이야 오고가고 뫼산은 무탄이라'. 날씨가 춥든 말든 자연의 봄철은 생령들의 오한을 치유하고 풍성한 봄나물반찬을 세상에 선사하고 있다.

위대한 대지에 봄의 전율이 짜릿하게 흐를 때 창생의 생명을 부활시킨 선단은 엄동의 눈꽃이 빚어낸 봄날 유즙 이외에 따로 없는 것이다.

 

2.봄을 가꾸는 농부들

 

으쓱한 바람이 분탕질 해도 온갖 생명은깨여나 소생을 윽벼르고 있다. 그러나 농사준비에 분주한 농부의 꿈이야말로 봄꿈 중의 대몽이고 기몽일 것이다. 이 어진 사람들의 농심을 확인하고 자연의 숭고한 섭리를 헤아리려 보니 이름 모를  만감이 교차되며 사색에 잠기게 된다.

불철주야로 땀을 쏟는 이들이 바로 인간 생명을 떠멘 장본인들이다. 그러나 그들의 바람이란 지극히 간단하다. 세월에 풍년이 들어 태평하고 밭작물이 세나게 팔리고 비싸게 팔리는 이 것이다. 간혹 신은이 안 따르고 속세가 어수선하면 허리띠를 졸라매거나 한해 농사 나무아미타불이란 운명도 감내해야 한다.

올봄에는 우순풍조 길보와 음양화합의 호소식이 줄을 지으니 순직한 농군들은 올해는 알곡 뒤주가 꽉 차고 반찬 단지를 터질거라며 술렁거리다. 혹시 무례한 불청객이 뛰여들어 야기를 부려도 륭숭한 봄나물 반찬으로 대접하면 끝이란다.

이 봄의 운세가 농부들에게 돌에 꽃이 피는 재수을 하사한다 하니 속세가 선계로 되는 천지조화가 아닌가 의심한다.

 

3.고향의 봄눈

 

입하를 지척에 두고 내 고향에 함박꽃눈이 내렸다. 내려도 듬뿍 내리며 마력을 내뿜는 송이눈은 혁명연극의 서막을 맞이하는 서설처럼 고향 산천에서 백설 세계를 연출하였다. 백설의 참뜻을 밝혀보고자 위챗에 눈덩이를 담아놓고 지켜보는 인간 모습이 더 가상했다.

거기다 봄비마저 보조연출을 펼치여 기후변천사에 기묘한 한 페지를 남긴다며 쑥덕거리는 사람도 있었다. 흰 구름사이로 태양이 해살을 쏟아놓으니 그 형체가 삽시로 녹아내렸다고 ‘봄눈 녹 듯 녹다’는 관용어가 생겼다는 력사전설도 있다.

봄눈이란, 조물주가 갑자기 설점을 만들어 수증기를 눈으로 변화시키는 것인데 그 용의는 공기 속 유해물을 정화시켜 생물계를 가호한다는 성념이고 삽시에 녹여버리는 용단은 화초수목의 동해를 말려주는 용심처사라는 어설픈 설화도 있다니 정말인가 알아보기로 했다.

똑 같은 조물주의 창조물인 인간 세상에서도 란마 같은 갈등이 술술 풀리고 적층(积层) 같은 앙금도 춘설같이 사라져야 한다.

 

4. 수런거리는 봄

 

우수가 지났는데 수은주가 툭하면 빙점으로 떨어지다가 봄빛이 내려오면 령상으로 턱걸이 하듯 돌아온다. 올해 초봄에는 재수불공도 없었는데 다양한 복음이 인간의 갈망과 어우러지며 덕담노래들이 들려온다. 인정이 오롯이 담긴 말자루가 열리더니 고개를 일시에 주억거리는 사람무리 모습도 가관이다.

봄날에 한서 변덕이 많으면 인간도 주춘증이나 춘곤증 같은 봄앓이에 말려들거나 알레르기 비염으로 콜록거리는 것 대수할 게 없다. 정신없이 살다보면 내 몸에 둔감해지고 통증감각에 이상이 생기는 것도 대개 정상이다. 일교차가 심하여 어디가 편찮고 여기가 말째다며 섣부른 판단을 내리는 것도 인간 세계의 일상사다. 이 것이 바로 계절 변화의 통과의례이다.

날씨가 이러저러 해도 날짐승들은 저끼리 짝을 짓고 안식처를 마련하는 장관이 벌어진다. 그들은 심술궂은 먹이사슬 적수들의 침략을 대피하여 나무 끝가지의 가장귀를 찾아 둥우리를 지어낸다. 위태롭게 매달린 이 둥지는 인간의 눈에는 당장 곤두박질하여 망가질 루옥일 것이나 그들에게는 애정의 결실인 후대를 낳아 키우는 성전인 것이다. 속세의 황금대궐과 눈금차 없는 구중궁궐이다.

그들도 인간의 버들피리에 노래재담을 보내며 인간과 한결 같은 래일을 그리고 있지 않는가.

 

5. <고향의> 열창하는 아이들

 

요즘 ‘고향의 봄’을 열창하는 아이들이 이상하게 많아졌다.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며 열망을 부르짖는다. 이들이 바로 새날을 풍미할 후예이고 미래를 주재할 황제주(皇帝株)들이다. 그들의 희망은 래일을 가늠하는 자대요, 도덕률이다.

아직 설익은 그들의 모습에는 봄과 상통하는 순수향기가 있다. 기성세대는 새싹들의 무균발아를 위하여 모든 억제물질을 제거하고 봄씨앗의 봄부침부터 알차게 해나가야 한다. 하여 춘심에 들뜬 이 귀염바치들에게 풍년 추수를 안겨주기 위해 소임을 다 해야 할 것이다. 나의 혈육지신으로 그들에게 공방이 동시 가능한 난공불락 성채를 쌓아줘야 한다.

선배들은 평화산업을 일궈내고 의심병으로 고생하는 철학자의 고민을 풀어주고 보수가의 언땅 같은 머리도 돌려놔야 한다.

평화운동으로 매일을 일관하여 그들이 봄물결을 타고 축복의 궁전에 입궁하도록 시대 길을 열어주자!

 

6.봄날에 맞춰본 부절

 

고대 왕실에서 사자나 장군을 파견할 때 금속이나 돌에다 서화를 그려놓고 절반을 끊어주고 일후 신분을 확정하는 증명물로 사용하였다. 이것이 부절인데 기원을 아는 사람이 아주 적다.

옛날 한 시골 가정에 쌍둥이가 있었는데 아버지는 나라 충정을 키우기 위하여 언필충신 행필성실(言必忠信,行必诚实)이란 일과를 부단경으로 송문하며 애지중지 키워왔다. 그런데 어느 해 천신의 조화로 곡식이 타버리고 역신이 덮쳐들어 백성들이 떼죽음을 당하는 처참한 재앙이 발생했다. 쌍둥이 부모도 역병으로 세상과 하직하게 되였다. 림종에 아버지는 두 아들을 두 집에 나누어 입양하도록 하고 얇은 돌조각을 절반으로 끊어 두 아이의 품에 넣어주면서 어느 때든 만나면 이 돌조각을 맞춰보고 형제 가부를 확인하라 유언하고 눈을 감았다.

그 후 수재, 한재와 황충재가 멎지 않고 파벌대립과 할거가 발생하며 고을이 조나라와 월나라로 분할되였고 입양된 두 쌍둥이도 두 나라에 갈라졌다.

각설하고 세월이 흘러 천성이 천재이고 충신인 쌍둥이는 각각 나라 임금으로 군림했다. 그런데 어느 봄날 조왕측에서 심기전환이 발생하여 피를 나눈 형제를 떠올리며 내 형제를 찾으라는 어명을 내리고 월나라에도 통보했다. 소식을 들은 월왕은 즉시 말을 달려 찾아가 무릎을 맞대고 돌 조각을 맞춰보니 자기들은 일란성 쌍생아였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어이없어 했다는 눈물겨운 상봉이다.

이리하여 조나라 렬녀 춘향이와 월나라 효녀 심청이도 서로 만나 밤을 새우며 말하며 흘린 눈물이 대한불갈 강을 이루어 가물은 사라지고 때를 맞춰 역신도 자취를 감춰 두 나라는 화합이 되고 인민은 행복했단다.


봄을 이기는 겨울이 없고 꽃이 없는 봄이 없으며 춥다고 겨울인 게 아니고 덥다고 봄인 게 아니며 봄은 그저 봄일 뿐이다. 봄의 평화는 오다가 막히면 에돌아오고 에돌아도 막히면 넘쳐서 오고  넘쳐도 안되면 터뜨리고 오는 것이 만고불변의 세상 리치이다.

맘속의 춘정을 채 쏟지 못하여 석연치 않다. 만약 필력이 된다면 이 봄을 앞에 놓고 세상 최고의 산문을 써내여 해해년년 두둑한 저작권료도 받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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